국내 온실가스 배출 1위 ‘철강산업'…"이대로면 탄소중립 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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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제품을 실으러 가는 화물차들. 연합뉴스

철강 제품을 실으러 가는 화물차들. 연합뉴스

현재 탄소중립 정책이 철강 산업에 그대로 적용될 경우 2050 탄소중립 실현이 어렵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내 산업분야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철강 산업에서 30년간 온실가스 26%를 줄이는데 그치기 때문이다.

2050년에도 9400만t

엄지용 KAIST 녹색성장대학원 교수팀과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지난 11일 ‘한국 철강 부문의 2050 탄소중립 경로: 한국형 통합평가모형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KAIST에서 개발한 ‘한국형 통합평가모형 2.0’을 기반으로 철강 산업을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1억 100만톤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산업 부문의 39%, 국가 전체의 13.1%를 차지한다.

철강 부문만을 다룬 탄소중립 시나리오. 왼쪽부터 1번, 2번, 3번 시나리오다. 자료 기후솔루션

철강 부문만을 다룬 탄소중립 시나리오. 왼쪽부터 1번, 2번, 3번 시나리오다. 자료 기후솔루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시행 중인 정책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2050년 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 이 시나리오에선 철강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30년 1억 3600만톤CO2eq로 최대치에 도달한다. 이후 배출량이 감소하지만 속도가 느려 2050년에도 9400만톤CO2eq를 기록하게 된다. 이 시나리오는 철강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95%를 감축하겠단 정부의 목표와 차이가 크다.

다만 연구진은 정부와 철강 산업계가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했을 때를 가정한 2개의 시나리오를 함께 제시했다. 2번 시나리오는 친환경 철강생산 기술을, 3번 시나리오는 철강 산출량 축소를 강조했다. 두 시나리오대로면 2050년 철강 산업 부문의 탄소중립이 가능해진다.

"기술 개발, 산출량 축소 고려해야"

2번 시나리오는 현재 시행 중인 정책을 그대로 시행하면서 2025년부터 국내 경제활동에 따른 탄소 비용을 매기는 걸 가정한다. 탄소 비용을 부과해 수소환원제철 등 기술 개발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친환경 기술 및 시설 확보를 앞당긴다. 이를 통해 2050년 순 배출량 0을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3번 시나리오는 철강 산출량을 축소하는 걸 가정한다. 건물 수명 연장, 철 재활용, 고강도 경량 철강 사용 등 철강 생산 효율 향상을 통해 철강 산출량을 22% 줄이는 방안이다. 보고서에 참여한 김근하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철강 산출량이 줄어든다고 제철 용광로에서 발생하는 탄소가 크게 줄지는 않는다. 다만 공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가 줄어 간접 배출량이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경북 포항 포스코의 각 공정이 분주하게 돌아가며 수증기 등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 포스코의 각 공정이 분주하게 돌아가며 수증기 등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지난해 2월 국내에선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기업이 '2050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동시에 정부와 철강기업,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그린철강위원회가 출범했다. 김근하 연구원은 "철강기업이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지만, 단기 목표인 2030년까진 10%만 줄이겠다고 한다. 더 높은 중간 목표를 설정하고 친환경 제철 기술 투자, 재생에너지·그린수소 같은 청정에너지 이용 확대 등의 노력도 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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